1. [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소개
. La Chamade
. 출판사 : 녹색광선
. 263 페이지
2. [패배의 신호, 프랑수아즈 사강] 감상, review
프랑수아즈 사강이 30세 되는 해에 발표했다는 <패배의 신호>는 프랑수아즈 사강이 왜 사강일 수밖에 없는지 명백히 보여주는 책이다.
30세가 된 그녀는 <슬픔이여 안녕> 을 출간한 지 11년이 지나있었고 이제 더 이상 10대가 아니었으며 두 번의 결혼과 두 번의 이혼을 거친 뒤였다. 나이가 들고 인생의 굴곡을 지나면 사람의 정서는 옹이 지게 마련이다. 10대의 사랑과 30대의 사랑은 그래서 다르다. 하지만 패배의 신호를 쓸 때의 프랑수아즈 사강의 정서는 전혀 녹슬시도 닳지도 않은 듯 보였다. 사강은 사랑이라는 고리타분한 주제를, 한 여자와 남자가 열정적인 사랑에 빠지게 된 순간부터, 찬란한 여름, 그리고 헤어짐을 마음먹게 된 과정과 이후의 짧은 만남까지를 이토록 섬세하게 포착해 낼 수 있는 작가가 몇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아름답게 묘사해 낸다. 그렇게 봄과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까지, 주인공 루실과 앙투안의 사랑은 계절의 변화와 맞물려 설득력 있게 독자에게 전해진다.
소설의 내용에 들어가자면 사실 이런 주제, 이런 뻔한 이야기가 없다. 통속극에서나 나올 법한 배경. 젊고 매력적인 여자(루실) 와 연인관계인 돈 많은 남자(샤를)를 주인공으로 한 데에다 여자는 자칫 반감을 사기에 너무 쉬운 캐릭터이다. 아무것도 소유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돈이 제공하는 안락함과 쾌적함, 안전을 외면하지 못한다.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겠다거나 변화시키겠다는 의지도 없으며, 굳이 따지자면 회피형에 가까운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자가 루실에게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이 파국의 현장에서 악인의 역할을 찾지 않을 수 있는 것은 프랑수아즈 사강이 섬세하게 묘사하고 있는 그녀의 감정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것처럼 다가오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생의 여러문제의 아무런 고민 없이 도덕의 잣대를 가져다 댄다. 사랑도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도 옮고 그름을 판단한다. 하지만 세상에 그렇게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있었던가. 아니 어쩌면 애초에 그것들이 도덕적인 판단을 요구하는 것들이던가.
3. [패배의 신호] 인상깊은 문장
p43
공유된 웃음의 힘과 위험과 미덕에 대해선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으리라. 사랑도 그에 비하면 우정이나 욕망, 또는 절망과 다를 바 없이 강력하지 않다. 앙투안과 루실은 초등학 생 같은 둘만의 킥킥거림을 나누었다
p71
"난 이제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널 볼 수 없어, 마음이 아프지 않고는 네가 떠나는 걸 볼 수 없고, 시선을 돌리지 않고는 다른 사람 앞에서 너한테 얘기할 수 없을 거야."
p87
루실은 고개를 차 안으로 들여놓으며 샤를을 바라보았다.
문득 샤를에게 한없는 애정이 샘솟는 기분이었다. 이렇게까 지 그에게 애정을 느껴본 적은 결코 없었다. 그녀는 다음날을 기대하며 느끼는 이 강렬한 행복감을 샤를과 나누고 싶었다.
'지금 밤 10시야. 이제 열일곱 시간만 있으면 앙투안의 품에 안길 수 있어. 내일은 늦게까지 자면, 시간이 더디게 느껴지지 않을 거야.? 그녀는 샤를의 손에 가만히 손을 얹었다. 누렇고 자잘한 반점들이 생기기 시작한, 가느다랗고 정돈이 잘 된 아름다운 손이었다.
p104
우리는 행복할 때 다른 이들을 기꺼이 자신의 행복의 조력 자로 간주한다. 다른 이들이 의미 없는 참관자에 불과했음을 깨달을 때는 오직 우리가 더는 행복하지 않을 때다.
p194
그는 루실이나 구름에게 이 눈물의 이유를 물어볼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여름이 끝났고, 그것은 그들 생애 가장 아름다운 여름이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p253
이제 밤에 그들이 벌이는 건 사랑의 행위라기보다는 투쟁이었다. 상대의 쾌락을 연장하기 위해 그토록 오랫동안 참고해왔던 학문은 점차로 보다 빨리 끝내기 위한 노골적인 기술이 되어버렸다. 권태가 아닌 두려움 때문에. 두 사람은 서로의 신음에 안도하며 잠이 들었다. 그들은 예전엔 경탄이 먼저였다는 것을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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