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2023년4월3일

 죽은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다. 죽은 사람은 실수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디선가 들었던 말. 그때쯤의 나는 죽은 영화배우들을 사랑하고, 죽은 시인을 사랑하며, 왜 사랑받아 마땅한 자들은 그렇게 일찍 생을 달리하는지 아주 심각하게 심각하게 생각했다. 생에서 많은 것을 이뤘지만 행복하지 못해 보였던 그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삶을 등졌고, 그들의 동료들은 늙어 자리를 지켰다

 나는 그리 오래 살지 않았지만 몇년을 주기로 세상이 바뀌고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는 것을 본다. 어떤 생각과 풍조는 건강하고 어떤 것들은 그렇지 못하다. 어려서 나는 대부분 건강하지 못한 것들을 동경했는데 요즘의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아 다행이고, 그 반대에 삶을 갉아먹는 절망들도 언뜻 보여 안타깝다. 

 그러니까 다시 말해 나도 어른이 된 거다.

 요즘은 자신이 어른이라 생각하는 나이가 점점 밀려나고 있다고 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17살쯤부터 그 부정을 시작했던 것 같은데 그게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40은 불혹이라 하고 50은 지천명이라 했다. 불혹은 워낙 유명한 단어니 그렇다 치고 지천명이란 단어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로부터도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제는 생각보다 많이 남지 않은 날이라 그때에도 지천명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예감이 든다. 아 물론 불혹도 마찬가지고 그 이전에 서른의 "이립" 도 마찬가지다. 

 옛날 생각이 많이 나는 날들이 있다. 요즘이 꼭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