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2023년3월30일

 아이는 말을 듣지 않는다. 그게 당연한 것이라 했다. 그래서 부모가 말했을 때 네! 하고 바로 행동에 옮기는 아이는 없다. 그러다 보니 매 생활이 투쟁과 버팀과 인내의 시간들이다. 밥 먹기, 양치하기, 옷 입기, 그만 놀기, 잠깐 공부하기, 자러 가기. 이 모든 것들. 뭐 가끔 수월히 풀리는 날도 있고 오늘따라 왜 이래 하는 날 들도 있고. 그런데 문제는 그런 순간들마다 어른인 내가, 교육받고 많이 배웠고. 많이 경험한 내가 얼마나 유치해질 수 있느냐는 것이다.

 뭐 그날도 그런날이었다. 아이는 나를 화나게 했고 그렇게 침대에 갔을 때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거야!"라고 말했고 곧이어 "지금 안아주면 사랑한다고 생각할게."라고 말했다. 이성적인 우리는 그 순간 당장 아이를 안아주고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해야 하겠지만 유치한 어른인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약간의 복수하고 싶은 마음. 나를 이렇게 괴롭게 한 너도 잠깐은 괴로워라 이런 마음이었을까. 정말 자칫 안지 않을 뻔했다.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쓰고 흥! 하고 자려고 했던 마음도 있었다.

 결론은 해피엔딩. 나의 이성이 승리했고 우리는 평화롭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물론 스스로의 유치함에 화들짝 놀란 건 마음속에 묻어두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