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소개
. 저자 : 데이비드 무어
. 번역 : 정지인
. 출판사 : 아몬드
. 페이지 : 425 (후주 제외)
. 추천사 :
이 책을 읽는 일은 살면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든, 학문적 관점에서든, 건강과 행동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에게 의미 있는 일이다. 근거가 탄탄하면서도 흥미진진하고 실용적이면서도 지혜로운 이 책은 유전자가 모든 걸 결정한다는 전통적인 관념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 -스티븐 레즈닉, 노스캘리포니아대학교 발달심리학 교수-
2. [경험은 어떻게 유전자에 새겨지는가, 데이비드 무어] 후기, 서평, 감상
책의 표지에 적혀 있는 아주 강렬한 글 "환경과 맥락에 따라 달라지는 유전체에 관한 행동 후성유전학의 놀라운 발견" 은 유전자 결정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그래서 '유전 때문이지'라는 말에 조금은 질려버린 나를 확 끌어당기는 무엇이 있었다. 그러니까 무슨 책을 읽어도 유전 때문이라 했다. 다정함도 유전의 결과이고 (내가 오독한 것일 수도 있다.), 행복의 감정을 느끼는 것도 유전적 영향이며 (이것도 역시 오독일 수 있다.) 흔하게는 키도 유전, 공부도 유전이라 했다. '엄마 아빠 공부 못했죠, 그럼 자식에게도 기대하지 마세요' 유형의 이야기는 해학적이지만 씁쓸하다.
우리는 부모에게서 유전자를 물려받는다. 하지만 물려받은 모든 유전자가 발현되는 것은 아니다.
p84
후성유전체가 그토록 강력한 영향력을 갖는 까닭은 히스톤 에 꽁꽁 감겨 있는 DNA를 후성유전체가 효과적으로 침묵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히스톤은 DNA를 잘 꾸려 넣는 역할 때문에도 중요하지만, 유전자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봐도 중요하다. DNA 분절에 담긴 정보는, DNA를 해독하는 생화학적 '장치'가 그 정보 를 읽을(전문 용어로는 전사함) 때만 사용될 수 있다. 히스톤 자체가 DNA의 정보를 읽히지 못하게 하는 힘도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어떤 DNA 분절이 '히스톤 실패'에 너무 단단히 감겨 있어서 그 분절 속 정보에 접근할 수 없을 때는 전사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 다. 한 유전자에 담긴 정보에 접근할 수 없다는 말은 그 유전자와 관련된 단백질들을 생산할 수 없다는 말과 같다. 후성유전체는 바로 이렇게 해당 DNA 속 서열 정보를 실제로 바꾸지 않으면서도 염색질이 하는 일에 영향을 미친다.
DNA 메틸화 또는 히스톤 아세틸화 (유전자 활성화, DNA 메틸화와 반대의 작용을 한다.) 로 언급되는 식이, 환경, 관계 등의 경험은 유전자에 어떤 식으로든 각인되고,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그것은 때로는 어떻게든 다음세대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생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새끼에 대한 LG (Licking 핥기, Grooming 털 다듬기) 가 높은 어미에게서 길어진 LG 가 낮은 어미에게서 태어난 생쥐는 이후의 인생에서 스트레스를 잘 견디는 생쥐가 된다. 자신의 생물학적 어미가 LG 가 낮다고 해도 이후의 경험이 DNA와 인생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책은 유전자 결정론이 그렇듯 후성유전학의 경계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주의를 당부한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이미 지나버린 몇년 전 새끼를 열심히 그루밍해주지 않은 엄마들이 가지게 될 죄책감들에 대한 것이다. 후성유전학은 단순히 짧은 순간의 행위, 음식 등으로 통제할 수 있는 단순한 것이 아니며, 통제가 가능한 만큼 연구가 되어 있는 상태가 아니다.
p364-365
어떤 종류든 생물학적 결정론은 옳지 않다. 이는 일단 아이를 올바른 궤도에 올려놓기만 하면 이후로는 아이의 발달에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아도 안전하다는 잘못된 믿음으로 우리를 속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로 인한 또 다른 위험은, 예컨대 어떤 아이는 '절대 어떤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없을 것'이라거나 '어떤 불리한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잘못된 믿음에서 오는 파괴적 결과다. 아이가 앞으로 어떤 일은 절대 하지 못할 거라고 말하는 것은, 그 아이가 결국 어떤 일을 할지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생물학적 결정론은 어른에게도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후성유전학과 관련된 흥미로운 병리학적 연구 중 하나는 우울증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 역시 쥐를 통한 실험이었는데 생쥐들을 '만성적 사회적 패배 스트레스'에 노출시키고 나서 해마를 들여다보면
p391
해마 조직의 염색질에서 특정 유전자들과 관련된 특정 히스톤들의 특정 위치에 더 많은 메틸기가 있음을 발견했고, 이로써 사회적 경험이 포유류 뇌에 장기적인 후성유전의 효과를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을 뒷받침해 주었다.
우울증은 마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우울증의 겪고 있는 사람의 뇌에는 이미 극복할 수 없을 만큼의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은 마음을 조금 숙연하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메틸화가 되었다면 탈메틸화도 가능할 것이라는, 그것 또한 후성유전학의 영역이라 믿고 싶은 부분도 있다.
우리사회의 유전자 결정론과는 달리, 후성유전학은 서구에서는 이미 십수 년간 연구되어 온 학문이고 각광받고 있는 영역이다. 내가 앞서 언급한 책은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_브라이언 헤어, 버네사 우즈]와 [행복의 기원_서인국]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두 책 모두 유전자 결정론은 아니었던 듯싶기도 하다. 가물가물한 기억에 기대어 생각해 보자면, 책은 좀 더 다정해지도록, 좀 더 행복해지도록 어떤 행동을 요구했다. 그러니까 완벽하지 않은 학문에 대한 일반적인 독자인 내가 취할 수 있는 자세라면 유전자의 표현형은 결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믿는 일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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